미디어는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 된 지 오래다. 연예계는 항상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카더라 통신은 끊임없고, '카더라'보다 더한 일을 저질러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친목, 연애와 같은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 떠들기 쉬운 게 연예계다. 막연히 상상하기 좋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연예계는 늘 관심이 필요하다. [공연 NG]는 시청률 침체기에 접어든 드라마국이 그 관심을 위해 그야말로 생쇼를 벌인다. 25년 전 공개연애-양다리-결별 회견을 거친 그 시절 톱스타 커플이 다시 불륜 멜로드라마로 재회하는데 모자라 사이 안 좋은 배우들만 골라서 캐스팅했다. 기자회견, 대본 리딩, 첫 촬영 등 무엇 하나 순조롭지 않다. 분위기 좀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 사건이 터져 어수선해진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은 반드시 이 쇼, 드라마를 성공시키려는 프로듀서이자 각본가 이치하라 류(사이토 타쿠미)의 의도 하에 이루어진다.
[공연NG]는 시청자 역시 방송국 입장에서 드라마를 바라보게끔 연출한다. 자연스럽게 업계 용어를 설명하며 에피소드를 엮어나간다. 시청자에게 방송국 혹은 배우라는 업 그 자체에 이입하게 하기란 상당히 성가실 수밖에 없는데, 이 드라마는 대담하게도 드라마 속 드라마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해('이하 코로아이)]에 허실피막론을 접목시킨다.
허실피막론이란 예술이 허구와 사실의 미묘한 경계에 있다는 연기론이다. [코로아이]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부모의 자식을 연기하는 배우가 [공연 NG]에서는 불륜 중이라거나, [공연 NG]에서 틀어진 사제 관계인 두 배우가 [코로아이]에서 틀어진 부모 자식 관계를 죽음을 목전에 두고 회복하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오오조노 히토미(스즈키 쿄카)와 토야마 에이지(나카이 키이치)의 러브라인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들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며 허실피막론의 정가운데 서 있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들의 감정은 일반인은 다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시청자가 그들만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허실피막론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연기를 아주 잘해야 한다. 지키기 어려운 자리를 잘 지켜낸 배우들이어야한다. 전성기는 아니지만 항상 자리를 지키는 베테랑 중견 배우들의 이야기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이색적인 드라마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 일부러 사이 안 좋은 배우들만 캐스팅한 것도 불륜 파파라치를 보도한 것도 갑자기 대본을 수정해 키스신을 넣은 것도 전부 이 업계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마무리 짓는 건 좀 당황스러웠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했으면 좀 더 납득됐을까. 이 드라마를 기획한 아키모토 야스시가 이치하라 류에 몰입한 것처럼 느껴져 더 불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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