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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카베동 [프린스 오브 레전드]의 재미있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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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오브 레전드]는 제목 그대로 전설의 왕자를 뽑는 내용이다. 정확히는 모두가 전설의 왕자 콘테스트에 참가 의사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왕자 콘테스트는 당연히(!) 극장판에서 벌어진다.

드라마에서 저 많은 남자들 중 이 콘테스트에 진정성 있게 관심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이다.

평생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살았던 남자. 무려 이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공인 왕자 타이틀을 따기 위해 이 학교 선생님이 됐다. 아무도 관심없어하는 왕자 콘테스트 우승 자리를 놓고 내내 혼자 위협받고 경계한다. 그렇게 평생을 왕자 자리를 놓고 예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막판 가서 길이 쉽지 않아진다.

너무 불쌍하다.

이복형제 얘네는 유산 상속이라도 놓고 싸우다 나가게 될 결심하게 되고

절대 사귀면 안 될 남자 3B 왕자는 그냥 홧김에 나가볼까 해서 나가고

그외에도 뭐 다들 나름대로 잃을 거 없는 와중에 그냥 한번 나가는 젊은이들인데 센세왕자는 혼자 선생님인데다 평생 왕자 되려고 살아온 몸인데 영어 시간에도 가르치라는 거 안 가르치고 아임 더 프린스 같은 소리해왔는데 여기서 지는 순간 얼마나 무너지겠냐고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충격적인 비주얼은 이 자본주의 카베동이다. 영상으로 보면 압권이다. 이렇게 한번에 다같이 입간판처럼 서 있는 게 아니라 왕자! 효과음을 연발하며 바주카포 쏘듯이 도도도도도도도도동 거린다. 한창 일본에서 오만떼만 카베동이 유행하던 때를 거의 지나가던 시기였는데 이게 정말 궁극의 카베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내가 2년 전에 봤는데 앞으로도 무슨 기괴한 카베동을 봐도 이 임펙트를 뛰어넘는 건 나오기 힘들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마력 시험용 드라마고들 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막장드라마 소재를 충실히 가져다 쓴다. 그 소재를 그다지 심도 깊은 서사 없이 대사 몇줄로 명쾌하게 풀어버린다. 감정소모할 일이 전혀 없는 드라마다. 낄낄대며 즐기면 된다. 물론 낄낄대기 전에 튕겨나가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라 생각한다.

[프린스 오브 레전드]는 철저히 팬서비스용 드라마다. LDH 소속 가수들, 극단 에그자일 등 그야말로 엑사단이 출연한다. 물론 LDH랑 일 자주 같이 하는 오스카 배우들도 출연한다. 여주는 딱 한 명이다. 부모님 없이 혼자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며 생활을 꾸리지만 남의 도움은 받지 않으며 왕자들 구애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경우 여주가 갖은 구애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 상황이 다른 드라마들처럼 어떤 서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각각의 구애방식을 팬들에게 마음껏 퍼포먼스하는 계기로 쓰인다.

따지자면 사실 모든 로맨스 드라마가 시청자를 심쿵하게끔 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이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미디어가 포장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대신 노골적인 아이돌st 심쿵 퍼포먼스에 충실하다.

제일 재밌는 점은 순정만화 클리셰 퍼포먼스 역시 종국에는 코미디로 승화하기 때문에 딱히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어쩌다보니 클리셰를 비트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 콘테스트에 열올리는 또다른 한 사람. 이사장은 움직일 때마다 로봇 효과음이 난다. 고개만 돌려도 웅치킨 소리가 남.

방영 당시에 봤었는데 아직 극장판을 안 봤다. 솔직히 나는 낄낄대며 봤었다. 자본주의 카베동에 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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